우리집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

2020. 9. 1. 19:13벨기에 육아

우리 집 아이들은 모두 복수국적입니다. 막내만 이중국적이고,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삼중 국적이고요. (본의 아니게 국적 부자...ㅎㅎ) 첫 아이 어릴 때는 저도 국제유치원, 영어유치원에 관심이 참 많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현지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켰고 지금은 너무나 만족하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냅니다. 처음 유럽에 정착한 한국 부모들은 국제학교나 영어학교에 비중을 많이 두고 학교를 알아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도 한몫을 하는 것 같고 아무래도 영어권 국가가 아니면 학교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전혀 모르는 언어보다는 그래도 한국에서 10년 이상 교육받은 영어권 학교를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죠. 우리 가족은 브뤼셀에 거주합니다. 정말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여 브뤼셀에 정착하게 되었지만, 살면 살수록 이곳은 우리에게 참 만족스러운 도시입니다. 가끔 저의 다른 블로그를 통하여 벨기에, 특히 브뤼셀 정착에 관하여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이와 함께 이주하시는 분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유럽에 정말 작은 나라 벨기에. 크기 자체도 작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선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 라던지 '유럽 여행할 때 하루 거쳐가는 곳' 정도 밖에는 별로 정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본인도 여기 정착해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전까지는 브뤼셀 교육은 잘 알 수 없는 부분이었고요. 우리 집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런저런 이유를 돌아보면 벨기에에 아이들 데리고 이주하는 부모님들의 궁금증과 걱정이 조금은 해결될까요?

벨기에 교육제도는 은근히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고 선택지도 많습니다. 불어권, 네덜란드어권, 지역에 따라서는 독어권 학교도 선택할 수 있고, 언어권별로 교육방식도 다릅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불어권 사립학교이지만 그렇다고 국제학교 같은 특수학교는 아닌지라 학비는 다른 공립학교처럼 무료입니다. 물론 아이들 데이케어나 특별활동, 급식비등은 따로 청구되지만요. 학교마다 종교 교육을 시키는 학교도 있고, 이념도 다르고 학교마다 차이가 커서 학교 선택 전에 꼭!!! 여러 학교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학교마다 오픈데이날이 따로 있거나 개별로 방문) 바랍니다. 아무 데나 가까운 공립학교 보냈다가 다른 학교로 옮기는 사람들도 꽤나 많은데 아이들 학교에 정 붙이고 친구 사귀는 것도 힘들 텐데 적응하니 학교 바꾸라고 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신경써서 좋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좋겠죠.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벨기에 친구들도 대부분 공립학교보다는 사립학교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여러 번 물어봤는데 본인들도 잘 몰라요. ㅎㅎ 그냥 사립학교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브뤼셀은 도시 자체가 굉장히 다문화적입니다. 주요 국제기구들이 모여있고 외국계 기업도 많아서 브뤼셀 인구의 반 이상이 벨기에 국적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ㅎㅎ 한국 사이트에 가끔 보면 유럽에서 인종차별이 제일 심한 나라가 벨기에라더라,,, 라는 글이 가끔 보이는데요, 브뤼셀 7년 차 거주 중인 저는 딱히 그런 건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여긴 다들 외국인이라 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물론 그랑플라스나 관광지 가면 나쁜 사람들 많이 있지만 그런 ㅁㅊㄴ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니까요,,, 인종차별이라기보다 여행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큰 관광지에는 어디나 있다는 거. 동양인을 차별해서가 아니라 동양인이 사실 경각심이 너무 없어서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전 유럽에 산지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우리 신랑은 제 가방 단속을 수시로 본인이 합니다. ㅎㅎ 본인도 한국 많이 와봤으니 한국사람들이 어떤지 잘 아니까요. 저도 10년차 유럽에 산다지만 어쨌든 한국인이라 유럽인들보다 경각심 없긴 마찬가지인 거죠.

도시 자체가 다문화적이다 보니 별의별 학교가 다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안 학교, 미국 학교, 영국 학교, 프랑스학교, 일본학교, 폴란드 학교... 근데 우리 집 큰아이 베프중 하나가 영국 아이인데 그 집은 절대 영국 학교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영국 학교에 보내면 80%가 외국 아이들인데, 불어에도 영어에도 학습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요,,, 현지 학교 보내는 게 불어 완벽하게 학습 + 학습 수준도 높다네요. 아무래도 영어권 학교에 영어권이 아닌 아이들이 주가 되면 학습을 해야 할 시간에 영어를 더 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유치부 끝나고 초등부부터는 국제학교 보내볼까 했던 고민이 싹 사라졌더랬죠.

한편으론 또 친한 언니네 아이들은 프랑스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첨엔 어차피 여긴 불어권인데 왜 프랑스 국제학교가 존재하며 거기에 아이들을 보낼까 했었지만, 불어와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해서 이미 그 학교를 졸업한 큰아이는 불어+영어를 완벽하게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또 살짝 부러운,,,ㅋ 그런데 그 학교는 등록금이 한국 대학교 등록금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세 아이를 그 등록금을 내고 10년을 넘게 그 학교를 보내려면 내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 아이 그 학교에 보내는 언니의 재력을 진심으로 리스펙. 나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벌고 싶네요. ㅎㅎ 다만 우리 부부는 '따로 영어 사교육을 시키기보다는 여름방학에 장기로 영국 여행을 떠나자. 영국에서 잠시 생활하면서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될진 모르겠습니다. 벨기에만큼 날씨 구린 영국에서 바캉스를 통째로 보내기엔 세상엔 갈 곳이 너무 많더라고요. ㅎㅎ

벨기에 불어권 부모들 중에는 일부러 아이를 네덜란드어권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꽤나 있습니다. 유치원부터 아이를 네덜란드어권 학교에 보내면 아이들은 집에서는 가족들과 불어를 사용하고, 학교에서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여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는 거죠.불어권 사람들이 워낙 외국어에 약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브뤼셀 불어 사용자들은 프랑스인들에 비하면 정말 외국어 울렁증 없는 편), 네덜란드어를 배우면 영어를 그냥 기본 장착이라는 생각들이 있어서 부모가 네덜란드어를 못하는데도 아이를 네덜란드어권 학교로 보내는 경우인데요, 많은 네덜란드 학교에서 부모가 네덜란드어를 하지 못하면 아이의 입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유치원때는 받아주는 학교가 꽤나 있는데 초등부에 진학할때는 부모의 언어 레벨 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있대요. 그런데 이런 부모들이 꽤 있는지 유치원 1학년 반에서는 아이들이 불어로 말을 하면 선생님이 불어로도 아이들에게 대답을 해주기도 한다고 해요. 우리집도 막내는 네덜란드어권 학교로 보낼까하는 고민을 오랬동안 했는데요, 2살 반부터 네덜란드어권 교육을 받으면 언어는 문제없이 해결되겠지만 유아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과정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결국은 오빠들이 다닌 같은 유치원 같은 선생님들한테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살 반 세 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말을 집에 와서 종알거리는 게 너무나 예쁘더라고요. 근데 같은 선생님한테 받는 같은 과정을 막내만 공유할 수 없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유럽 각지에서 온 학교 친구 엄마들과 얘기를 해보면 물론 이러저러한 장단점이 있겠지만 상당히 벨기에 공교육에 만족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만큼 어린아이 데리고 벨기에로 이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교육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대신 처음에 학교 선택할 때 발품을 좀 많이 팔아서 좋은 학교를 선택해주는 건 너무 필요한 부분이고요. 저도 첫아이 학교 찾을 때 2-3개 커뮨에 있는 학교들 리스트 다 뽑아서 컨택하고 방문하고 선착순 등록 등 많이 신경 썼었는데 그 덕분에 아주 만족스러운 학교에 둘째, 셋째는 자동으로 입학이고 이제 중학교 검색하기 전까진 학교 관련 걱정은 없을 거고요. 코로나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벨기에 아이들은 9월 1일 오늘 새 학년 첫 등교를 했습니다. 물론 정상수업이고요. 세부적인 규칙은 변경이 있지만 거의 6개월 만에 학교에 정상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이 너무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벨기에 학교들이 어떻게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지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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