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aisons

한입으로 두말 할 수 있을까?

Mme. Jung 2024. 11. 22. 00:50

오늘 Commune에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머릿속에 너무 확연한데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나 어눌하다. 나름 한국어/한국문화 선생님으로 매주 현지 학교에서 불어로 수업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에게도 되도록이면 한국어로 말하려고 노력하고 주위에 마음을 주고받는 친한 지인들도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비록 불어 사용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나의 주 언어는 한국어이다. 물론 모국어가 한국어이니 이게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향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불어가 늘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이제 글이나 말로 들려오는 불어가 상경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하지만 가끔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로 듣는 내 목소리나 억양은 너무 낯설다. 인풋은 어떨지 몰라도 아웃풋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은 아직 아니구나를 절실하게 느낀다. 영화를 보고 뉴스를 보고 섀도잉을 하고 끊임없는 노력 없이는 말하기 실력이 쉽게 늘 것 같지는 않다.
 
영어는 심지어 더 참담해졌다. 젊은 시절에는 외국 친구들과도 꽤나 시간을 보냈고 불어보다 훨씬 영어가 편안했던 적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영어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나오면 '어버버,,,' 그 자체다. 영어를 하는 줄 알았는데 입 밖으로 나온 단어는 불어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불어가 점점 편해지면서 영어는 점점 불편해졌다. 불어 못하던 시절에 '프랑스 애들은 왜 영어를 저렇게 해?'라고 생각했던 그런 영어를 내가 하게 되었다. ㅠㅠ 실력이 주는 건 모국어인 한국어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쓰는 일상 언어는 불어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내가 불어 단어를 섞어서 한국어로 말하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머릿속에는 어느 만큼 의 언어의 용량이 있어서 다른 언어를 채우면 있던 언어가 다른 쪽으로 비어져 나와 사라지는 걸까? 다중언어 친구들도 있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언어가 균형 있게 성장하기엔 역량 부족인 것 같다.
 
어젯밤에는 벨기에에 이른 첫눈이 내렸다. 밤새 내린 눈은 녹다 얼다를 반복하여 예쁘지만 힘든 등굣길을 만들었다. 아직도 브뤼셀의 아파트가 그립다는 아이들이 오늘은 하교 후에 정원에서 눈싸움을 하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조금씩 이곳의 추억이 쌓여 언젠가는 여기도 그리운 장소가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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