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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og] 얀 마텔 - 파이 이야기 (2001)

Mme. Jung 2023. 7. 15. 16:34

 올해 새로 시작한 활동 중 가장 재미있는 활동 중 하나가 북클럽이다. 어린 시절부터 북클럽을 꿈꿨는데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걸 왜 이제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좋은 계기로 책 읽는 걸 즐기시는 두 분의 언니와 북클럽을 시작하게 되었다. 만날 때마다 두어 시간을 책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게 되어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

 

 벌써 네다섯 번의 모임을 가졌는데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아쉬워 이제부터라도 독서모임을 가질 때마다 나누었던 이야기나 모임 후 느낀 점 등을 블로그에 남겨보려고 한다.

 

 지난번 모임에 화이트 타이거 (아라빈드 아디가, 2008)와 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2017)에 이어 이번 모임에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2001)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나는 오래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주로 구명선에서 일어난 일을 주의 깊게 읽으며 작가가 던지고 싶은 큰 메시지를 찾는데에 주력하였다면 이번에는 지난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앞부분 동물원 이야기도 눈여겨보았던 것 같다. 적절한 조건을 갖추어주고 안전거리만 지켜준다면 동물들은 오히려 동물원을 자기 집으로 생각한다. 동물은 야생에서 더 자유롭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사실은 생존을 위한 보금자리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자연에서 멀리 이동해야 찾을 수 있는 자연에서의 생존조건을 동물원에서는 좁은 공간에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도록 구성해 주었으며 생존 조건이 충족되고 나면 동물은 기꺼이 동물원을 보금자리로 여긴다는 주장은 동물원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해보게 해 주었다. 유럽에서 살면서 한국에서 가던 동물원 가는 사뭇 다른 동물원의 모습에 동물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그렇다고 동물원이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동물원의 사자 굴에 떨어졌을 때, 사자가 몸을 찢는 것은 허기 때문이 아니고-동물원에는 먹이가 풍부하다-피에 굶주려서도 아니고, 자기 영역을 침범당했기 때문임을.

 다시 읽으면서 여기에서 묘사된 동물들의 습성이 얼마나 사람을 묘사한 것처럼 느껴지는지 놀라웠다.

 

 구명선에서 파이는 리처드 파커에게 강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리처드 파커에게 의지하며 표류생활을 견뎌낸다. 역사의 시작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함께한 종교의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압도할만한 강한 시련은 다른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편으로 나는 리처드 파커가 극한 상황에서 발현된 파이의 또 다른 자아이며, 그로 인하여 상황을 이겨내고 표류생활이 마침내 끝나자 다시 사라짐으로써 일상에서는 감추어져 있지만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였을 때 본인도 몰랐던 인간의 본성이 표출된 생존모드의 다른 자아라고 생각되었다.

 

 책에서 언급되었던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개념이 살짝 모호했는데 모임에서 함께 검색을 해보고 이해한 바에 의하면 무신론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반면에 불가지론자는 신의 존재/부재에 분명한 입장이 없이 증명된 것 만을 인정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책에서는 불가지론자들에 대하여 제일 최악인 부류라고 이야기하는데 수동적이며 타인의 신념에 냉소적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일단 생각나는건 여기까지,,, 아무래도 내용이 많이 빠진 것 같아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이렇게라도 남기고 나중에 더 생각나는 내용이 있다면 여기에 추가하는 걸로 하겠다. 아무튼 책을 먼저 읽어보고 영화도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많은 질문을 던져주면서도 재미도 있는 책이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봐도 또 다른 생각들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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