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보르시 (Borscht)
제 시댁이 러시아입니다. 우리는 벨기에에서 자리 잡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시부모님은 러시아에 남아계시죠. 코로나다 우크라이나전이다 요즘 속 시끄러운 일이 많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할 말이 많지만 최대한 조심하는 중이고요. 아무리 제 속이 시끄러운들 본인만 할까요?
얼마 전에 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결혼한다고 인사 갔을 때부터 인자하게 웃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서 자꾸 마음이 아립니다. 그런데 우리 집 아저씨의 마음은 다른 이유로 많이 안 좋았나 봅니다.
"마음이 안 좋지? 많이 슬퍼?"
하고 물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물론 마음은 무겁지만 할아버지는 천수를 누리셨고, 이미 너무 기력이 쇠하셔서 안타까운 마음은 크지 않아. 그런데 언젠가 내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내가 부모님께 갈 수 없다면 어쩌지? 나는 그게 너무 걱정이 돼."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나도 가끔 한국이 너무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막연한 이런 걱정을 하곤 하거든요. 그런데 러시아는 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요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계속되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먼 나라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부모님들도 조금 마음이 급해지셨는지 여태 이리저리 미루던 터키 여행을 가자고 하시네요. 내년 봄 휴가는 터키입니다.
처음 시댁에 갔을 때부터 러시아 하면 생각나는 수프.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찌개정도 될까요? 벨기에 집에서도 겨울철엔 자주 해 먹게 되는 보르시 레시피입니다.
재료
양배추 1/4통
비트 2알
당근 2개
양파 1개
마늘 3알
돼지고기 (지방이 충분히 붙은 목살이나 삼겹살 부분) 1kg
월계수잎 2장
사워크림
딜
토마토페이스트
요리법
1. 돼지고기로 육수를 냅니다. (지역에 따라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 여러 가지 고기를 쓰는데 저는 돼지고기를 쓰는 게 김치찌개 같은 느낌이 나서 주로 돼지고기를 씁니다. 육수를 내는 거라 뼈 부분이 들어간 부위도 좋은데 나중에 건더기를 생각하면 지방 있는 찌개용 부위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뼈와 지방부위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2. 모든 채소는 길게 채 썰거나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준비합니다. (채 써는 걸 추천) 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아줍니다. 양파가 익으면 양배추, 당근, 비트 순으로 추가하며 익힙니다. 채소들이 어느 정도 익으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3T 넣고 물을 살짝 부어서 소금+후추 간을 해준 후 월계수잎을 올리고 뚜껑을 닫아 푹 익힙니다.
3. 돼지고기 육수에 2의 익은 채소+돼지고기+채 썬 감자를 넣고 30~1시간 이상 푹 끓여서 완성합니다.
4. 수프 그릇에 보르시를 담고 소금+후추 간을 한 후 사워크림과 딜을 올려냅니다.
이번엔 끓이자마자 먹는데 바빠서 사진을 못 남겼는데 다음엔 사진도 같이 남겨봐야겠습니다. 이 수프는 양배추의 맛이 시간이 지나며 더 우러나와 끓인 다음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프입니다. 한 번에 큰 솥 가득 끓여놓고 이틀정도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수프예요. 겨울이 지나기 전에 한번 끓여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