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되지 않았어요?

연중 맘껏 악취미를 뽐낼 수 있는 기회, 할로윈이 다가옵니다. 이웃에도 할로윈 장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등하굣길에 맘껏 즐기고 있습죠. 올 겨울엔 전기요금이 작년 대비 두배 이상 인상될 거란 게 공공연하게 화자 되어서 여기저기 에너지를 아끼느라 난방도 줄이고 심지어는 가로수 등도 늦은 점등, 이른 소등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즌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죠. 이런 재미도 없으면 정말 해보기 힘든 벨기에의 겨울은 버티기 힘들거든요.

우리 집은 아파트라 할로윈 옥외 장식은 다른 집들에서 열심히 해준걸 감사히 감상하고 즐기는 걸로 만족합니다. 하지만 할로윈의 재미가 실외 장식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대신 우리 집은 할로윈 쿠키를 굽습니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땐 집에서 다른 가족들 초대해서 파티고 했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커가고 아이들 짐이 점점 늘어나면서 집이 점점 좁아지는 효과가 나더니만 도저히 각이 안 나오네요. ㅎㅎ 그래도 그냥 넘길 순 없어서 3-4년 전부터는 잭오랜턴 만들기를 시작했고, 2-3년 전부터는 할로윈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녀의 손가락 쿠키를 굽고 올해는 거미 쿠키도 추가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벌써 손가락 한판 했는데 둘째는 자긴 무서워서 못 먹겠다면서 거미 쿠키가 귀여우면 (안 무서우면) 그건 먹겠다네요. ㅎㅎ 뭐 쿠키가 무서워 봤자지 싶기는 한데 실제로 보면 좀 징그럽긴 해요. 그래도 다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살짝만 치를 떨고선 맛있게 먹어줍니다.

이건 시간 날 때마다 구워서 10월 말까지 동네방네 나누어먹습니다. 나중에 다 커서도 계절 계절마다 떠올리면서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는 게 저의 육아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더라고 10월 말까지는 주야장천 쿠키를 굽고 할로윈 사탕을 사댑니다. 사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긴 하지만요. ㅎㅎ

아! 혹시 잭오랜턴 만들 계획이 있으신 분들 팁 하나 드릴까요? 잭오랜턴은 최대한 늦게 만드세요. 일찍 만들면 할로윈 즈음해서는 곰팡이도 피고 수분도 빠져서 진이인짜로 무서워질 수 있거든요. 우린 늘 10월 마지막 주말에 만듭니다.

할로윈 관련 썼던 포스트들을 몇 개 첨부해봅니다.

2019년 잭오랜턴
https://blog.naver.com/tiggerlover/221671952316

생애 첫 잭오랜턴

2019년 잭오랜턴 경과
https://blog.naver.com/tiggerlover/221680080089

잭오랜턴 상태 (D+10)

2019년 만 5세 로빈이의 할로윈 그림
https://blog.naver.com/tiggerlover/221695146457

만 5세 로빈이의 할로윈 그림

2020년 우리 동네 할로윈
https://blog.naver.com/tiggerlover/222126472121

2020년 우리동네 할로윈

+ 더불어 이 계절이면 (아마도 모든 벨기에 어린이들이) 빼놓지 않고 듣는 노래도 있습니다.
이것도 우리 집 둘째는 무서워서 못 듣지만요. ㅎㅎ
Gérard Dalton - La Sorcière Grabouilla
https://youtu.be/HnKWJIqntiY

즐거운 할로윈 보내세요~!